[기욤 뮈소]구해줘
북마일리지 리뷰|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과 함께 김훈의 <자전거 기행>을 함께 선택해서 구입하였다. 청춘의 문장들을 읽고나서, 자전거 기행을 세 장째 읽어가는데, 문득 이 분의 문체가 힘겨웠다. 한 문장, 한 문장에 너무 절감한 나머지 화가 나기 시작한 나는 남은 수 만개의 문장에 이토록 절감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생각만으로도 버거웠다. 그 날의 나는 삶에 대한 쓸데없는 걱정과 우려들에게 모든 에너지를 빼앗겨 있었기 때문에 힘겹게 절감해야 하는 김훈의 문체에 에너지를 소진할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바꿔 든 책이 기욤 뮈소의 <구해줘>이다.
첫 시작은 배우를 꿈꾸는 서른을 바라보는 프랑스 여인과 아내를 잃은 의사의 불같은 사랑으로 시작된다. 연애 소설이구나, 했다. 오랜만에 연애소설을 읽으니 기분이 말랑말랑해져서 힘이 솟았다. 그런데, 그렇게 연애소설의 뚜껑을 열었다고 생각한 순간, 그 안에 또다른 뚜껑덮개가 있는 듯 전혀 다른 사건이 전개되기 시작한다. 아, 우연으로 인한 사고구나. 우연에 대한 사랑 이야기구나, 했다. 하지만, 다시 뚜껑을 열어도, 또 뚜껑이 나오고, 그 뚜껑을 열면, 또 다른 색의 뚜껑이 나오는 상자처럼 기욤 뮈소의 소설은 끊임없이 한 사건에서 다른 사건으로, 또 다른 사건으로 이야기를 확장시켜 나갔다. 뚜껑을 열고, 또 열고, 또 열고.... 그렇게 상자의 비밀을 알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가 종국에는 마지막 가장 작은 상자의 바닥이 맨처름 상자의 바닥과 같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기분이랄까.
그래서, 이 책은 한 번 잡으면 앉은 자리에서 읽히는 책이다.
기욤 뮈소는 프랑스 출신의 젊은 작가이다. 하지만 <구해줘>의 배경은 프랑스가 아닌 미국의 뉴욕이다. 이야기의 구성 또한 마치 헐리우드의 블록버스터를 보는 듯한 느낌을 불러 일으킨다. 하지만, 주인공 여성이 성공을 위해 프랑스를 떠나 뉴욕에서 꾸역꾸역 살아나가는 것처럼, 그렇게 이 소설은 헐리우드스러운 구성에서 이질적인 프랑스적 소재로 다른 향신료를 첨가한다.
자국의 문화에 깊은 자긍심을 느끼는 프랑스인일지라도, 젊은 세대는 역시 미국의 문화에 익숙하고 그렇게 프랑스의 젊은 작가는 이야기의 흐름을 미국식으로 전개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하지만, 프랑스의 요리가 그렇듯, 와인이 그렇듯, 에피타이져의 정성스러움과 와인의 향기처럼 이야기의 소소한 소재들은 프랑스식으로 꾸며 놓았다. 기욤 뮈소는 그래서, 국제적인 소설가가 되었다.
그의 영악스러움이 부러웠던, 꽤 재미있는 소설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