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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2009-10-19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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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저자 공지영
출판사 푸른숲 | 2005.04.17
정가 9,500 판매가 4,750 원 ( 50% +0%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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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을 살인한 사형수 윤수와, 세 번의 자살을 시도한 유정.

그리고 상처받은 이들의 어머니, 모니카 수녀님.

 

나의 삶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 분명 현실 어디엔가는 그들과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을텐데,-

이들의 상처가 그저 책속 인물이라는 것에 겨우 겨우 위안을 삼으며,

그들의 상처에 울렁거리는 가슴을 붙들고 읽어내려가다가,

 

윤수와 유정이 서로를 거울 보듯 바라보며 내면의 상처를 타인에 의해 위로 받고 치유받는 과정들을 보면서, 나 또한 똑같은 거울로 이들과 마주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들이 아팠을 때, 나도 아팠고

그들이 분노했을 때, 나도 똑같이 분노가 느껴졌다.

그들이 조소할 때, 나도 같은 사물을 향해 조롱을 했다.

 

그러다가,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이들을 보며 나 또한 용서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나를 용서하지 못해서, 사랑하지 못해서...

세상 그 어느것도 사랑할 수 없는 숨겨진 나를 보았다.

 

쪼글쪼글 몸과 마음이 늙을데로 늙은 윤수의 손에 죽어나간 피해여성의 어머니가

윤수를 용서했을 때.

윤수는 자신을 용서할 수 있었고, 그것을 직접 보던 유정도 '용서'를 경험할 수 있었다.

 

윤수의 사형집행일을 기다리는 1년 6개월여동안,

윤수는 신앙을 가지게 된다.

 

그러면서, 유정과 모니카 수녀님, 피해여성의 어머니께 자신이 감옥에서 만든 십자가를 선물한다.

 

 

나는 십자가 역시 처형의 도구라는 것을 그때 처음 깨달았다.

십자가형, 로마가 극악한 식민지 백셩들을 다스리기 위해 고안해낸 그 형벌.

...(중략) 예수도 사형수였으니까.

그러니 만일 예수가 교수형을 당했다면 이천 년 동안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동그란 밧줄을 목에 걸고 다니고 동그란 밧줄을 교회 지붕에 올렸을 것이며 목이 대롱대롱 매달린 예수의 형상을 교회에 걸어 놓았을 것이었다.

나는 갑자기 예수가 그렇게 사형수로 처형된 것이 고마웠다.

그렇지 않다면 누가 윤수를, 감히 위로할 수가 있었겠는가.

 

 

밤이 새도록 책 한권을 붙들고 있었던 새벽에서 아침으로 넘어오는 시간에,

 

나는 갑자기 예수가 그렇게 사형수로 처형된 것이 고마웠다.

그렇지 않다면 누가 윤수를, 감히 위로할 수가 있었겠는가.

 

에서 그만 울고 말았다.

 

이십년을 기독교인이라고 살아왔건만, 찬송과 목걸이, 교회탑에 뾰족이 올라간 십자가를 수백번, 수천번도 보아 왔건만, 심지어 이 블로그 메인에도 떡~하니 십자가를 걸어놓았건만,

이렇게도 절절하고, 가슴 깊이, "왜" 예수님이 사형수로 십자가에서 그 고통을 겪으며 돌아가셨는지를 처음으로, 정말 처음으로 가슴으로 느끼는 내가 부끄럽고, 부끄러웠다.

 

내가 겨우 이걸 가슴으로 깨달을 수 있는 때가

이십대를 한참 보내고 난 오늘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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